축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검투사 세리머니. 바로 파울로 디발라의 시그니처 세리머니입니다. 파울로 디발라는 현대 이탈리아 축구 무대에서 가장 상징적인 남미 출신 공격수 중 하나로 평가받는 선수입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그는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유럽 커리어를 시작해 유벤투스에서 전성기를 누렸으며, 현재는 AS 로마에서 새로운 챕터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세리에 A라는 전술적이고 치열한 리그에서 디발라는 특유의 왼발 기술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라 조야(La Joya, 보석)'라는 별명처럼 팀을 빛나게 했습니다. 그의 커리어는 단순히 개인 성적에 그치지 않고, 각 팀에서 맡았던 역할과 리더십, 전술적 기여까지 아우르며 이탈리아 축구 팬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팔레르모 시절: 유럽 진출의 첫걸음
디발라의 이탈리아 무대 첫 발걸음은 2012년 여름, 아르헨티나 인스티투토에서 팔레르모로의 이적과 함께 시작됩니다. 당시 팔레르모는 세리에A 중하위권 팀으로 안정적인 잔류를 목표로 하는 팀이었고, 디발라는 아직 10대의 어린 선수였지만 이미 아르헨티나 2부 리그에서 38경기 17골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유망주였습니다. 그의 이적은 팔레르모 팬들에게 기대 반, 의문 반이었지만, 디발라는 빠르게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 특유의 전술 축구에 적응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지만, 그는 빠르게 기술과 창의성으로 리그의 흐름에 녹아들었습니다. 특히 2014-15 시즌, 디발라는 13골 10 도움을 기록하며 팔레르모의 공격을 이끌었고, 그를 중심으로 팔레르모는 예상외의 리그 중위권 성적을 거두는 데 성공합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인 움직임과 창의적인 패스, 박스 외곽에서의 정확한 왼발 슈팅이었습니다.
당시 팔레르모 감독 주세페 이아키니는 디발라를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면서도 종종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리는 전술을 통해 다양한 위치에서 그의 재능을 활용했습니다. 이 시기 유벤투스, 인터밀란, 아스널, PSG 등 다수의 빅클럽이 그를 주목했고, 결국 2015년 여름 이탈리아 최강팀 중 하나인 유벤투스로의 이적이 성사됩니다. 팔레르모 시절은 디발라에게 있어 단순한 유럽 진출의 시작을 넘어, ‘이탈리아 축구와 궁합이 잘 맞는 선수’라는 이미지를 만든 결정적인 시기였습니다.
유벤투스 시절: 전성기의 정점과 유럽 무대의 중심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유벤투스에서의 시간은 디발라 커리어에서 가장 화려한 시기였습니다. 입단 첫 시즌부터 그는 알레그리 감독의 전술 체계에 완벽히 녹아들며 19골을 터뜨렸고, 유벤투스의 세리에A 5연패, 코파 이탈리아 3연패 등 여러 타이틀 획득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무엇보다 디발라는 단순히 골을 넣는 공격수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는 경기 흐름을 읽고, 순간적으로 공간을 창출하며, 동료의 득점을 돕는 창조적인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활약했습니다.
특히 2016-17 시즌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멀티골을 넣으며 유럽 무대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고, 피를로 이후 등번호 21번을 물려받은 그의 플레이는 유벤투스의 철학을 상징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가 프리킥 상황에서 보여주는 정확도, 전환 속도에서의 민첩성, 수비라인과 공격라인 사이를 파고드는 타이밍은 이탈리아식 전술 하에서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의 역할에는 점차 변화가 생깁니다. 호날두의 합류, 알레그리 감독의 교체, 그리고 전술의 반복적인 변화 속에서 디발라는 다소 소외되는 시기를 겪었고, 몇 차례 부상도 겹치며 경기력에 기복을 보이게 됩니다. 그러나 2020-21 시즌, 다시금 팀 MVP로 선정되며 팀 내 영향력을 회복했고, 유벤투스 팬들에게 그는 ‘가장 유벤투스다운 외국인 선수’라는 찬사를 받습니다.
유벤투스에서의 마지막 시즌에는 구단과의 계약 연장 협상이 결렬되며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이는 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안겼습니다. 그의 눈물의 작별 인사, 그리고 경기장 전체가 그의 이름을 외치며 마지막을 배웅한 장면은 지금도 유벤투스 팬들의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AS 로마: 부활과 리더십의 새로운 상징
2022년 여름, 디발라는 자유계약(FA)으로 AS 로마에 입단합니다. 당시 많은 이들은 EPL 혹은 스페인행을 예상했지만, 디발라는 다시 한 번한번 이탈리아를 선택했고, 이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이탈리아 무대에서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었습니다. 입단 기자회견 당시 수천 명의 팬들이 디발라의 입단을 환영했고, 그는 단번에 로마의 상징적인 선수로 떠오르게 됩니다. 입단당시 많은 이들이 10번을 권유했지만 디발라는 '10번은 토티를 위한 번호다' 거절하였습니다.
로마에서는 조세 무리뉴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중심 공격수로 활약하며, 이적 첫 시즌 38경기 18골을 기록합니다. 그의 존재는 단순한 공격력을 넘어, 젊은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로 작용했고, 중요한 경기마다 결승골 혹은 동점골을 기록하며 ‘클러치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도 증명합니다. 특히 유로파리그 준결승과 결승전에서의 활약은 로마 팬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는 로마에서 자신의 역할을 단순히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라 ‘리더’로 확장시켰고, 경기 외적으로도 팀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도맡고 있습니다.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에서는 항상 팀을 먼저 언급하며, 로마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팬들에게 신뢰를 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까지도 디발라는 매 경기 뛰어난 경기력으로 팀을 이끌고 있으며, 로마가 다시 챔피언스리그로 돌아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부상 문제로 몇몇 중요한 경기를 결장하기도 했지만, 복귀 후 경기 감각 회복 속도는 여전히 빠르며, 전성기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만큼 기량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특히 무리뉴 감독과의 궁합은 전술적, 심리적으로 모두 안정감을 주고 있으며, 로마의 전술에서 디발라는 단순한 공격수 이상의 전략적 키 플레이어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AS 로마에서의 디발라는 유벤투스 시절의 기교와 팔레르모 시절의 패기, 그리고 성숙한 리더십이 어우러진 모습입니다. 그는 로마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으며, 이탈리아 무대에서 쌓은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여전히 유럽 최고의 창의적 공격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결론
파울로 디발라는 단순한 스타 플레이어를 넘어, 이탈리아 축구 리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해 나간 선수입니다. 팔레르모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유벤투스에서 전성기를 누리며, 로마에서 리더십과 헌신을 증명한 그는 세리에 A가 배출한 최고의 외국인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의 커리어는 단순한 골과 어시스트가 아닌, 팀과 팬, 그리고 도시 전체에 남긴 감정적 울림까지를 포함하는 서사입니다. 디발라가 앞으로 어디로 가든, '이탈리아의 보석'이라는 타이틀은 그 이름 앞에 영원히 따라붙을 것입니다.